신박하다의 어원
- 언어/신조어 및 유래
- 2020. 11. 9.
사람들에게 신박하다라는 말을 하면 신기하게도 사전에 정의되어 있지도 않는 이 말의 의미를 모두가 알고 있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했던 단어인양 알고 있는 이 단어의 어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최근 놀면 뭐하니에서는 심지어 신박기획이라는 기획사가 생기면서 더더욱 원래부터 있던 단어처럼 보인다. 단어를 모르더라도 신박기획이라는 느낌은 뭔가 새롭고, 참신한 느낌이 강한데 그 이유는 이 단어의 어원에서 찾을 수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유행어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WoW) 일명 와우에는 인터넷 유행어의 고향인 DC에서 활동을 하던 유저들이 많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게임에서 사용하던 용어들이 현실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중에는 원래부터 있던 말들이 조합되어 새로운 의미의 단어가 되는 말들도 있고(ex: 종특, 마격 등) 밈처럼 퍼지기 시작한 완벽한 신조어들도 있었다. (ex: 킹왕짱)
종특이라는 말 같은 경우 원래부터 존재하는 종족이라는 단어와 특성이라는 단어를 합쳐서 쓸 수 있는 말이니 새로운 말을 창조했다 보기 어렵고, 킹왕짱이라는 단어는 한때 유행했던 말이지만 이제는 유행이 지나면서 쓰이지 않는 일시적인 유행어이다. 그러나 신박하다는 다르게 몇년이 지나도록 계속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SNS에서 사람들이 쓰면서 이제는 마치 원래 있던 단어인 마냥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징그러웠던 직업, 기사
지금은 덜하지만 오리지널, 불타는 성전 등 초창기 기사들은 상당히 이미지가 좋지 못했다. 우선 기사들은 죽지도 못하고 자기도 남들을 죽지 못하는 기존에 보기 힘든 캐릭터로 바퀴벌레처럼 죽지 않는다는 소리에 별명이 "박휘"였다.
그리고 와우는 직업별로 XX기사, XX전사 처럼 직업에 특성값이 더해져 있는데 기사는 신성기사, 보호기사, 징벌기사라는 특성이 더해졌고 마나를 다루는 신성기사(힐러)와 최전방에서 탱킹을 하는 보호기사(탱커)까지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 모든 아이템을 먹는다고하여 이미지가 타 클래스에 비해 좋지 못했다. 판금만 먹는다면 다행이지만 지능이 붙었다고 천때기까지 먹어제끼니 같이 플레이를 하면 돼지처럼 먹는 모습에 많은 유저들이 짜증이 났었다.
그러나보니 다 클래스에 비해서 유독 비하를 많이 당했으며 기사라는 단어보다 박휘라 불렸고 기사 유저 스스로 자기를 박휘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래서 나온 이때 기사들의 다른 이름은 신박(신성박휘), 징박(징벌박휘), 보박(보호박휘)이 되었다.
기사 용어 놀이
와우에서 기사를 가지고 비하하는 것이 유행이 되다보니 이 유행은 그대로 인터넷으로 DC의 와우 갤러리에 퍼지게 되었고, 사람들이 '기사'라는 단어를 박휘로 치환하는 놀이를 하게 된다. 반대로 박휘는 기사로 치환을 하게 되는데 이때 치환되는 말들이 예를 들어서 박휘순의 경우 기사순, 버스기사는 버스박휘 등으로 치환하며 다니고 심지어 모든 기는 '박' 사는 '휘'로 치환하기에 이르렀다.
이러다보니 당연히 기사에 나온 신기라는 말은 신박으로 치환이 되었고, 이게 점점 커지게 되면서 인터넷에 신기하다는말이 신박하다의 말로 대체하는 현상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죽기전에 신기한 징기스칸의 기사들 보기'를 '죽박전에 신박한 징박스칸의 박휘들 보박'이라고 대체를 한다든지 심지어 바퀴벌레를 기사벌레로까지 치환을 시켰다.
최종 유행 SNS
누구는 SNS가 원조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한건 DC의 와갤러가 아니라 SNS에서 사람들이 쓰기 시작하면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나 제품을 소개하면서 "신박한 제품"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원래부터 있던 단어 혹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행하는 인싸단어로 생각하며 쓰게됐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대중적으로 퍼지게 된건 SNS가 맞겠지만, 그 SNS에 퍼지기 전 신박하다라는 단어를 창조한건 와우저(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하는 게이머들)들이고, 한때 와우는 PC방에 1/3이상이 할 정도로 국민 게임 타이틀(잠깐 롤포지션)을 단 적이 있을 정도의 유명세가 있는 게임이다보니 게임을 해본적은 없어도 와우가 게임이라는 것은 대다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와우에서 유행이 됐다해서 너무 자존심 상할 것도 없고 학자들 역시 어디서 유래됐는지 모른다는 헛소리를 할 필요는 없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던 용어를 어디서 왔는지 일부 유저라고 지칭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것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신기하다’와 ‘대박이다’를 합한 말이라는 설도 있고, 일부 네티즌들이 ‘기’를 ‘박’으로 바꿔 말하면서 ‘신기(新奇)’를 ‘신박’으로 쓰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외에 기존의 낱말인 ‘쌈박하다’와 관련지어 ‘신박하다’의 기원을 추정하기도 한다. 각 설마다 나름 그럴 듯한 근거를 대고 있으니 무엇이 맞는다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땐 기원을 확정하는 것보다 ‘신박하다’가 짧은 시간 안에 널리 퍼지고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게 생산적일 것이다. ‘신박하다’를 ‘쌈박하다’와 관련지은 설에 눈길이 가는 건 이 때문이다.
한국일보 - [우리말 톺아보기] 신박하다
이 글을 보면 "일부 네티즌들"이라고 말을 하는데 얼마나 학자들의 식견이 좁은지를 알 수 있다. 심지어 신박하다를 검색하면 수많은 원조에 대해서 나오고 있고, 나무위키에 신박하다의 어원에 대해 나올 정도인데 본인들의 무지를 "일부 네티즌"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니 일부 학자들이 얼마나 식견이 좁은지를 알 수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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