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Default), 관람 후기
- 리뷰 / 영화, 드라마
- 2018. 12. 10.
응답하라 1997년도...
국가부도의 날(Default)... IMF(국제 통화 기금)는 내가 고등학생때 터진 사건이다. 그러다보니 알면서도 솔직히 제대로 체감을 하지는 못한 사건이었다. 응답하라 1997처럼 1997년도는 나에게는 H.O.T와 젝스키스가 서로 엄청난 팬덤으로 싸우고, S.E.S가 데뷔를 했으며 엄정화가 배반의 장미로 공전의 히트를 치던 시기일 뿐이다.
IMF 시기였지만, 아직도 내 머리속에는 당시는 그냥 그때의 음악이 흐를 뿐이다. 요즘 '밤사'나 '별밤'에 흘러나오는 곡들이 공교롭게도 당시의 음악들이 대다수이니 체감이 제대로 올리 없다. 게다가 우리집은 공장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다니는 샐러리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모님 두분이 모두 가게를 하나씩 운영하였는데 아버지는 당시 비디오방(현재 DVD방), 어머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셨다.
누구는 1997이 IMF를 떠올리겠지만, 나에게는 1997은 토토가이다
아마도 IMF때문에 분명 가게 장사는 평소보다 안됐을테지만, 우리집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게를 운영하며 살았기 때문에 국가부도의 사태인 IMF가 발생해도 충분히 버틸만한 돈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IMF는 나에게 별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냥 좋은 고등학생때의 추억만 있을 뿐이지 영화에서처럼 슬픈일은 나와는 먼 얘기였다.
다만,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망했다는 얘기는 종종 들렸었다. 집이 갑자기 망해서, 나는 그 친구를 대신해서 라면을 사주기도 했었고 슬퍼해주기도 했었다. 즉 나는 체감을 못했지만 주변에 집이 망했다는 친구들의 사연을 들으면 그것만큼 딱한 것도 없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
이 영화는 당시의 상황을 재연시키는데 주력한다. 당시 장차관이 궁금하고 경제부 수석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영화는 아마도 그런 부분은 픽션일테니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기로 하였다. IMF로 인해서 최고의 대통령에서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한번에 곤두박질친 김영삼 대통령은 어찌보면, 최대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금융 실명제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것을 적폐와 악습을 뽑아내려고 노력한 대통령이지만, IMF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다보니 누구는 전두환보다 더 나쁜 대통령이다 평가를 한다. 사람들은 전두환이 나쁜짓은 했지만 경제는 좋았다고 하는데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참 애매하기 그지 없다.
스포를 하면 안되기 때문에(뭐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니 스포라는 것도 없겠지만) 몇가지만 말하자면 배우들이 참 훌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젠더의 이슈도 뽑아온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는 크게 3개의 그룹 및 스토리가 각기 어울려져 있는데 하나는 국가 고위직들의 이야기 또 하나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 않으려는 금융맨과 투기꾼들,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는 서민들이 있다.
2008년 미국 부동산 위기때 하락에 베팅하여 큰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 빅쇼트(Big Short)
영화는 이 어울리지 않는 3개의 그룹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서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건 빅쇼트(사실 제목부터 빅쇼트를 생각했지만..) 였는데 빅쇼트가 약간 코믹하게 풀고, 처절하지 않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한국 영화 특유의 처절함이 담겨져 있다.
빅쇼트와 이 영화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빅쇼트도 2008년의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를 담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빅쇼트(공매도)를 통해서 미국이 부도가 나도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유사성이 있으니 이 영화를 안본 사람이라면 한번 보길 권장하고 싶다.
훌륭한 배우진들...
일명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부류로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 바로 "걸크러쉬"일 것이다. 요즘에는 여자들이 여자에게 반한다는 걸크러쉬가 대세인데 걸크러쉬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김혜수"일 것이다.
그리고, 메갈/워마드와 오랜기간 싸웠던(지금도 싸우고 있을지 모르는) 유아인이 이 영화에 나온다. 걸크러쉬의 상징적인 김혜수와 함께 래디컬 페미니즘과 장기간 싸우며 일명 남자들에게 빛.아.인이라고 불린 유아인이 한 영화에 함께 나오는 것이 묘할 것이다 최소한 그들(메갈/워마드)에게는...
김혜수와 유아인
이 영화는 성차별에 대해서 감독이 꽤나 신경을 쓴 것이라 생각한다. 김혜수는 당시 처절했던 여성들의 인권을 보여주며 걸크러쉬를 그 어느때보다 그리고 누구보다 뿜어내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주인공격인 캐릭터로 분하며 잘못된 행동을 하는 국가를 상대로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흠을 잡기 힘든 연기를 보여준다.
잘못된 고위직 간부들로 대변되는 국가와 싸우려는 김혜수와 상반되는 모습으로 유아인은 결국 국가는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라 판단하여 그쪽에 베팅(숏베팅 즉 하락에 베팅하여 돈을 버는 것)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모습은 앞서 언급한 영화 빅쇼트(Big Short)의 모습과 유사하다.
물론 그런 사람이 없었을리 없겠지만 유아인의 모습으로 국가라는 것이 국민의 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더더욱 과장되게 보여주며 우리 주변에 있는 투기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게 된다. 빅쇼트 영화 포스터를 보면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와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 있긴 한데 이 영화가 영향을 줬을거라 생각한다.
김혜수와 유아인은 흥행 배우면서 연기력 논란이 없는 배우라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젊은 층에서 연기력으로 촉망 받는 유아인과 여자 배우쪽에서 송강호(한마디로 탑)의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는 김혜수는 할말 없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허준호의 연기에 놀랠 수 밖에 없었다.
인생연기를 보여준 허준호
사실 허준호라는 배우는 나에게는 그저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는 배우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4~50대의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허준호가 나오는 장면에 사람들이 안타까워 "에휴~~" 라는 반응과 "어떡해~~"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나도 허준호의 캐릭터로 몰입이 되어버렸는데 내가 겪지 못했던 안타까운 상황을 보게 되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짜증나게 악역을 잘해준 조우진, 이 영화에서 국가 고위 간부들과 관련 인물들을 요약하면 유능한 여성 팀장으로 대변하는 김혜수와 그녀의 무능한 남자 상사들 마지막으로 그녀와 대척점인 사악한 조우진이 있다. 이 영화에서 조우진 혼자만 완벽한 악역을 연기하는데 마치 부산행에서 김의성이 생각 날 정도였다.
재정국 차관으로 나오는 조우진
그리고, 리암 니슨 이후로 오랜만에 헐리우드 대배우인 뱅상 카셀이 IMF 총재 역할을 연기하였다.
아쉬운 점...
전반적으로 영화는 "돈 별로 안 썼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의 연기로 시작해서 연기로 끝나는 모습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같이 사는 곳을 묘사하는 느낌도 적다. 예를 들어, 1988은 한 동네를 모두 1988시대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택시운전사를 보면 1980년대 초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모습이 매우 적다.
그러다보니 배우진들을 보면, 제작비 꽤나 들었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개봉한지 2주도 안됐는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소리를 듣고 아 이영화 제작비 진짜 안 들었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예로 유아인이 1997년도에 30대 초반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별다른 외형의 변화(영화로 따지면 현재가 50세 정도 될텐데)를 주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김혜수는 최소한 60세의 나이는 족히 되어야 하는데 전혀 60세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몇몇 캐릭터는 아예 변화조차 주지 않았다는 점을 보고 약간 아쉬운 맘이 있었다.
평가를 하자면...
나는 그래도 이 영화에 매우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IMF라는 것이 우리나라에게 엄청난 뼈아픈 교훈을 안겨줬지만 제대로된 영화가 나온것을 본적이 없었다.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에 관련된 영화와 일제 시대 영화는 쏟아져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IMF에 관련된 영화를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2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게 되면서 다시 한번 IMF를 만들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테고 영화를 본 사람들중에 상당수는 대비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평점 : 9점
나는 IMF를 다뤘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이 정도 평점을 받아야 하는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리뷰 > 영화,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판 후기 (이게 DC지...) (0) | 2021.03.26 |
---|---|
레디 플레이어 원의 퍼시벌은 듀란듀란의 닉로즈다 (0) | 2018.12.26 |
아쿠아맨(AQUA MAN) 후기 (부제, DC의 토르) (0) | 2018.12.23 |
신과함께 2 - 인과 연, 관람 후기 (약스포) (0) | 2018.08.05 |
쥬라기월드2(Jurassic Word) : 폴른 킹덤(Fallen Kingdom) 리뷰(스포 포함) (0) | 2018.06.12 |